학부생은 IBM Qiskit Advocate를 꿈꾸는가?

2020: A Quantum Odyssey — and a year later

Samuel Choi
10 min readJan 13, 2021
과연 202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라는 관용구를 사용하기에도 슬슬 멋쩍어지는, 2021년 초의 포스팅이다.

독자 여러분은 필자의 지난 글들을 기억하시는지? 벌써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이 도리에 맞는 행위일지 고찰하는 것은 일단 미루어 두고, 2019년의 끝자락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지금까지 글을 쓰지 않은 몫만큼 포스팅은 길어질 것이다. 인스턴트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읽는 것을 감히 추천한다. 커피머신이 있다면…아 부럽다 에스프레소머신 갖고싶다

2020, Childhood’s End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들뜨고, 신년 — 즉 2020년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을 무렵, Quantum Computing KR이 탄생했다. 이 그룹 또한, 다가오는 새해와 그에 따른 양자컴퓨팅의 전성기에 대한 기대감을 다소 품고 만들어진 셈이다. 그에 발맞추어, 나도 Google의 양자 우위 달성과 그룹의 시작…그 외 이것저것 축하하는 글을 자신만만하게 올렸다.

그로부터 수 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Covid-19가 굴러나왔다. 모두가 아는 사실을 굳이 덧붙이자면, 이는 상술했던 장밋빛 기대감이라는 걸 흔적도 없이 가루로 만들고 날려버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누가 딱 하고 Finger Snap이라도 한 게 아닌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오히려 연구자들로 하여금 본업에 더욱 몰두하게 한 게 아닐까…하고 감히 생각해 본다. 수많은 기업/기관/단체들은 온라인 수업을 개시했고, 이는 거주 지역과 무관하게 세계 각국의 수업과 각종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일단 피할 수 없다면 (집에 틀어박혀서) 즐기는 것이 낫다. 이 전례가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나에게도 집에서 계속 공부만 할 수 있는 절호의 핑계, 아니 기회였다.

IBM Quantum Challenge — When life gives you lemons

Photo by Dhaya Eddine Bentaleb on Unsplash

각종 블로그와 SNS들을 꾸준히 살펴오던 도중, IBM에서 Quantum Challenge를 개최한다는 사실이 문득 눈에 띄었다.

거짓말이다. 나는 전부터 이 대회를 기다렸다. 대체 언제 하나 기다리다가 나가떨어질 무렵, 4월 말에 마침내 낭보가 도착한 것이다…아니 찾아낸 것이다. 거리두기 3개월로 퍼져 있던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회에 등록했다. 만세.

그리고 나는 대회 당일이 될 때까지 Qiskit Textbook을 읽고 또 읽었다. 솔직히 말해서, 쉽게 썼다고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묘하게 까다로웠다. 그런 관계로 한방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일단 대충 익히고 넘어갔다.

이런 어려운 부분들로 말하자면, 요즘 Qiskit 문서가 한국어로 번역되는 중이니까 역자들이 열심히, 쉽게 번역하면 된다. 일해라 번역팀!
그런데 내가 번역팀이잖아?
??? ???????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문제들에 도전. 이때만 해도 나는 챌린지 형식을 좀더 대규모인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종의 토픽을 주고 공밀레종을 울려서 프로젝트 하나를 만들게 하는 해커톤 방식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챌린지는 프로젝트 타입이 아닌, 소규모의 프로그램/컴퓨팅으로 푸는 여러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루가 지났을 무렵 나는 Ex3를 풀고 있었다.

QKD는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기술입니다

Ex3은 보기만 잘 맞혀서 풀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Ex3를 가장 빠르게 풀었다. 왜인가 하면, 문제가 BB84 프로토콜을 이용한 암호 해독이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필자의 포스팅을 읽어 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지금도 BB84와 QKD에 상당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세 번째 문제는 과거에 QKD 채팅 시뮬레이터를 만든 경험을 살려서 재빨리 풀 수 있었다.

이쯤 되어서 나는 완전히 풀어져 있었던 것 같다.

IBM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걸 체감한 것이 그 직후다. 바로 그 Ex4가 사실상 최종보스였다. 지금까지 풀었던 문제들도 힌트로 사용해야 하는, 회로 최적화 문제. 물론 Qiskit에 Optimizer와 Transpiler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그 도구들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어떤 변수를 줘서 사용할지는…인간들에게 맡겨진 Optimization Problem이었다. 일하십시오 휴먼.

하기야 세상에 전자동 최적화 기계란 게 있으면 논문 같은 게 더는 나오지 않는 게 정상이다.

거짓말 안보태고 슬랙의 챌린지 채널에서는 비명들이 울려퍼졌다…‘1676’ 이라는 비명이. 지금도 ## club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생생하다. 뭐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는 했지만. 스포일러는 재미가 없으니, 그 뜻은 여러분들이 직접 문제를 풀면서 맛보기 바란다.

이 챌린지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는데, 출제 팀이 문제를 만들면서 상정한 목표값 하한선을 어떤 참가자가 뚫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위대한 발견이라 할 것까진 아니지만, 충분히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또한 최적해를 위해 머신러닝을 동원한 사람도 있었고, 참가자들에게 경악 반 존경 반의 눈길을 받았다. 닭 잡는 데 에일리언 잡는 BFG9000을 동원한 위대함. 그렇게 2020 Quantum Challenge의 막이 내렸다.

QGSS에 홀려서 — Don’t make lemonade

그로부터 얼마 뒤에는 나에게 Qiskit Global Summer Camp(QGSS)라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고, 이것을 발판으로 더욱 뛰어오르…는 일 같은 건 없었다.

이번 여름에 들어서 양자컴퓨팅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QGSS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캠프는 나에게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단도직입적으로, 본인은 이 캠프에서 선착순으로 받는 2000명의 Lab 멤버들 안에 들지 못했다. 난 이걸 기다렸던 건데. 아니 솔직히 2000명이 그렇게 빨리 차도 되는 건가?

캠프 자체는 학부생인 내 식견으로 봐도 충분히 대단했다. 우선 캐스팅이 반칙 수준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채널로 보아 왔던, Qiskit|QC 관련 유명인사들이 대거 출연했다. Dr James Wootton이 등장했으니 더 할 말은 없다.

와 나도 저기 나오고 싶었는데

어쨌든 QGSS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의 게으름으로 미끄러진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구경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까.

하지만, 신에게는 아직 Qiskit Advocate가 남아 있습니다.

Qiskit Advocate — Make life take the lemons back

QGSS의 사전 등록이 이루어질 적만 해도 나는 Advocate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2주간 입문자용 캠프를 EASY MODE로 즐긴 뒤에, 여름을 즐기는 것이 나의 기존 계획일 터였다. 하지만 그게 꼬여버린 이상, 플랜 B인 Advocate를 성공시키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이 분야를 공부하는 데 투자한 코스트를 생각하면 이건 필수였다.

MODE: Hard

Advocate Test를 치려면 Textbook과 Tutorial, 그리고 공식 API 문서를 빠삭하게 꿰고 있는 편이 수월했다. 그래서 나는 QGSS가 진행되는 동안, Documentation을 주로 읽으면서 수업도 함께 들었다. 솔직히 공식 문서가 수업보다 더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말할 수밖에 없겠다.

2주간의 캠프가 막을 내리고, 며칠간 복습한 뒤에 본격적으로 문제들을 풀기 시작했다. 지난번 대회 덕인지, 문제의 형식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문제를 데드라인보다 일찍 푼 뒤, 나는 풀었던 문제들의 검증에 집중했다. 버그는 잡아서 나쁠 게 없다. 아니, 놓치면 안 된다.

준비 과정/문제풀이 과정을 남김없이 노트에 적은 뒤, 해답을 컴퓨터로 옮겼다. 아, 컴퓨터과학 전공답지 않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흠, CS전공은 키보드만 하루 내내 치라고 누가 말했던 걸까. 초심자 여러분, 우선 트위스비 에코+로트링+파버카스텔 라이팅크 EF 조합으로 시작하세요 특히 라이팅크는 단단한 필감이 일품이라서 이로시주쿠 츠키요나 펠리칸4001잉크가 실용적인ㄷ — 이하 생략.

하지만 모두 입문은 플래티넘 프레피로 시작하죠

답안을 Resume와 함께 제출한 뒤에 남은 것은 이제 영겁의 시간까진 아니고 수 주 간의 기다림이다. 긴장하다가 8/31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서 감기에 걸릴 뻔했다는 건 함정이고.

기다린 끝에, 마침내 9월 1일에 합격 통지가 도착했다.

Science isn’t about WHY. It’s about WHY NOT.

Demand to see life’s manager! Make life rue the day it thought it could give Cave Johnson lemons!

나의 2020년 여름 계획은 이리하여 계획대로 끝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기대했던 것보다 꽤 다이내믹했던 여름이었다.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나는 오래 살았다고 말할 만한 나이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교수님들의 눈에는 유정란 달걀쯤으로 비치는 게 아닐까(무정란이 아니길 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번 Advocate 합격은 나에게 감회가 새롭다. 2년 전에 양자컴퓨팅이란 나에게 불모지나 다름없었고, 절대 다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양자컴퓨터란 SF 속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쯤 되는 존재였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Qiskit Advocate 3기가 되어 있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게다가 관련 컨텐츠와 교육자료도 수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젠 머신러닝과의 통합도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나 때만 해도…라고 말하려다 입을 틀어막게 되는 기분이다. 라떼보다는 카푸치노다. 그리고 집에서는 설탕을 가득 넣은 인스턴트 커피다.

덧붙이자면, 설탕커피 같이 씁쓸한 액체는 마시는 게 아니다. 대체 설탕이 없는데 왜 도서관 자판기는 설탕커피라고 하는 거지? 요즘은 도서관을 못 가서 슬프다.

하여튼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할까?

그런 질문에는 언제나 한 가지 답만이 존재할 것이다.

H: “곧 일이 끝난다.”
Z: “일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데?”
H: “모르는가? 또 일이 시작되지.” (개강) (OT) (시험)

이건 정말이지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HZH = X다.

Epilogue

"개강개강 푸앵푸앵 푸앵카레 카레라이스"
— 개강, OT를 시전하며 (2021)

독자 여러분, 그리고 이번에는 대부분 Quantum Computing KR에서 오셨다고 생각되는, 회원 일동 여러분. 잠수함 관리자의 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이 글의 대략적인 초고(?) 는 수개월 전부터 잡혀 있었는데, 이제서야 올리게 됩니다.
실은 더 빨리 완성할 계획이었습니다만, 아무래도 학부 1학년 병아리가 학기 초에 시간을 내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슬프네요.

그런 관계로 이번 글은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을 주욱 나열한, 다소 심심할 수 있는 내용이 되고 말았습니다. 본래 글이라 하면 시간축을 넘나들어야 제맛 아닐까요.

심심한 자랑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분께 심심한 감사를 보냅니다.

만약 읽다 지쳐서 마지막 문단만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그런 분들을 위해 한 줄 요약을 제공하겠습니다.

“저는 이리저리해서, 도전한 끝에 Qiskit Advocate의 자격을 IBM에게 받았습니다. IBM 만세!

자, 다시 빠른 시일 내로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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